체리 스위치에 특허가 있을적엔 키보드를 고른다고 해도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보통 키보드 크기랑 스위치를 보고 골랐는데 키보드 크기로는 옆에 숫자키가 있는 풀배열이나 숫자키 없는 텐키리스. 스위치에선 시끄러운 청축, 쬐끔은 덜한 갈축, 심심한 적축, 뻑뻑한 흑축 정도.
기계식 키보드가 아니라면 정전용량 무접점 스위치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리얼포스, 해피해킹 정도 뿐이었고 가격도 비싼데다 구하기도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그 맛을 보면 안되는 것이었다....
도각도각 초콜릿 분지르는 소리. 처음 누를 땐 슬쩍 들어가지만 내려가면서 강해지는 압력. 괜히 타자연습이라도 더 하고싶어지는 그 맛....
어느 순간 체리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체리 호환 스위치가 나오고 각 회사들이 청갈적흑이 아닌 다른 색의 스위치를 냈을 때 쯤 무접점 스위치도 리얼포스와 해피해킹이 아닌 스위치가 나오기 시작했다.
리얼포스보다 사알짝 높은 톤의 보글보글 소리. 리얼포스와 비슷한 키감은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한성 무접점 키보드도 참 좋은 키보드였다... 여기까지만 해야했다...
해피해킹을 실제로 보고나니 작은 사이즈의 키보드가 괜히 필요해지는거 같았다. 들고다니기도 편해보이고. 맨날 앉아있는데 자세를 바르게 하는데도 도움이 될거같고... 그런데 해피해킹은 좀 키가 적지않나? 너무 힘들지 않을라나?
답은 이미 다 있었다.
QMK Firmware
QMK Firmware Open-source keyboard firmware for Atmel AVR and Arm USB families
qmk.fm
아주 그냥 좋은 세상이야.... 내가 원하는 키보드를 내가 직접 만들 수 있고.... 별에 별 배열이 다 있네 싶었다. 근데 이건 뭐지?? olkb? ortholinear?
Stagger 배열이라고 들어본적 있나? 우리가 늘상 쓰고있는 배열에도 이름이 있고 그게 stagger 배열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키보드의 레이아웃이 '노멀 스태거' 이다. 타자기의 배열에서 따온 것이라 지금같은 형태가 된 것이지 효율적인 형태라서 그런건 아니라는 것이다!
찾아보니 이것도 다양하네... 이런건 어디서 사야하나?
역시!
그렇게 잊을 때 쯤 도착한
새로운 배열에는 생각보다 적응이 어렵지 않았다. 쿼티가 드보락이 된 것도 아니고 두벌식이 세벌식이 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살짝살짝 틀어서 내려가고 올라가던 손가락 움직임을 위 아래로만 바꾸면 되는 것이라 더 편했을지 모른다.
레이어를 바꿀 수 있어 손이 움직이는 동선이 많이 줄어들기도 했고 내 손에 맞게 바꿀 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야 이게 대체 뭔가 싶겠지만 나는 너무 편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호기심이 제일 무섭다. 키캡은 프로파일별로 높이도 다르고 이제는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가 클릭, 택타일, 리니어 라는 구분만으로는 말 못할 그 뭐랄까.... 오묘한 그런 차이들이 있다. 예전엔 입력 지연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같은걸 광고했던거 같은데 이제는 기능은 고만고만하니 그 쬐애끔의 오묘한 차이에 더 무게를 두는 듯 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화력발전과 수력발전에 따라 스피커 소리가 다르다는 그런 이상한 소리와는 다르게 실제로 들리는 타건음,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스위치는 대체로 비싼편은 아니다. 풀윤활까지 하면 100개에 5만원 넘는 것들도 있긴 있지만 저렴한 스위치는 2만원대로 찾을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기심을 참기 더 힘든거 같긴 하지만..
이런거 또 남으면 괜시리 어디다 쓰고싶어진단 말이지...
가장 최근에 정착한 하드웨어는 ergolite split 키보드와 ploopy nano 트랙볼이다. 하지만 아직도 무접점의 보글보글 소리와 그 타건 감성은 아직도 최고라 생각해서 기계식 키보드에서 그 감성을 찾으려 계속 스위치만 쓸데없이 많이20사본다....
굳이 고생해서 Synology BeeStation 설치한 이야기 (0) | 2024.05.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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